《대불정수능엄경》은 흔들리는 마음을 내려놓고 본래 밝고 오묘한 참마음을 되찾는 길을 차근차근 밝혀 놓은 경전입니다. 부처님의 이치와 수행의 방법이 함께 담겨 있어 예로부터 불교에 입문하는 이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교재로 쓰였으며, 우리나라 불교의 근본 경전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대한불교밀인종은 이 경을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삼습니다.

  • 본래 이름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 줄인 이름대불정수능엄경 · 수능엄경 · 능엄경
  • 분량전 10권
  • 한역당(唐) 반자밀제(般剌蜜帝)
  • 주해송(宋) 계환(戒環)
  • 별칭소화엄경(小華嚴經)
  • 강원 교과사교과(四敎科) — 《금강경》 · 《원각경》 · 《대승기신론》과 함께 배움

경의 이름에 담긴 뜻

본래 이름은 스무 자에 이르지만, 그 안에 경 전체의 줄거리가 들어 있습니다. 대불정(大佛頂)은 부처님 정수리에서 드러나는 더없이 높은 가르침을, 여래밀인(如來密因)은 여래께서 깨달음에 이르신 은밀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수증요의(修證了義)는 그것을 닦아 증득하는 완전한 뜻을, 제보살만행(諸菩薩萬行)은 보살들이 실천하는 온갖 수행을 가리킵니다. 끝의 수능엄(首楞嚴)은 무엇에도 꺾이지 않는 굳건한 선정, 곧 모든 일을 끝까지 꿰뚫어 마치는 삼매를 뜻합니다.

대한불교밀인종의 이름 또한 이 경의 ‘여래밀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경이 설해진 인연

부처님의 시자 아난(阿難)이 홀로 걸식을 나갔다가 마등가(摩登伽)의 주술에 걸려 계를 잃을 위기에 처하자, 부처님께서 정수리로 광명을 놓으시고 신주(神呪)를 설하여 문수보살을 보내 아난을 구해 오게 하셨습니다. 돌아온 아난은 많이 듣기만 하고 도력(道力)을 갖추지 못한 자신을 깊이 뉘우치며 참된 선정에 드는 길을 여쭈었고, 이 물음에 부처님께서 차례로 답하신 것이 이 경의 내용입니다.

경은 크게 마음의 본바탕을 깨닫는 길[見道], 그것을 닦아 나아가는 길[修道], 그리고 수행의 단계와 수행 중에 만나는 장애를 밝히는 길[證果]로 이어지며, 그 바탕에는 계율을 청정히 지키고 선정을 닦아 번뇌로 가득한 마음을 버리고 묘명(妙明)한 참마음을 밝히라는 가르침이 흐르고 있습니다.

열 권의 구성

  • 제1권칠처징심(七處徵心) — 마음이 몸 안에 있는가, 밖에 있는가. 부처님은 아난에게 일곱 차례 마음이 있는 곳을 물으시며, 붙잡을 수 있다고 여긴 마음이 참마음이 아님을 깨우쳐 주십니다.
  • 제2권보는 성품[見性]을 들어 깨달음의 본성과 그에 이르는 과정을 설하고, 몸과 마음을 이루는 오음(五陰)이 허망하여 자연도 인연도 아님을 밝힙니다.
  • 제3권세간의 모든 것이 그대로 여래장묘진여성(如來藏妙眞如性)이며, 참마음은 생겨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고 설합니다.
  • 제4권여래장의 뜻과 중생이 미혹에 빠지는 까닭, 업이 생겨나는 근원, 그리고 수행하는 이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풀어 줍니다. 제3 · 4권은 여래장 사상을 깊이 있게 밝힌 대목으로 손꼽힙니다.
  • 제5권수행할 때 풀어야 할 업의 매듭인 육근(六根) · 육경(六境) · 육식(六識)을 다루고, 스물다섯 성인이 저마다 깨달음에 이른 체험을 들려줍니다.
  • 제6권관세음보살이 중생을 건지기 위해 갖가지 몸으로 나투는 모습을 밝히고, 소리를 듣는 성품을 돌이켜 비추는 이근원통(耳根圓通)을 가장 쉽고 알맞은 수행문으로 제시합니다.
  • 제7권해탈의 문으로 들게 하는 능엄다라니(楞嚴陀羅尼), 곧 대불정수능엄신주와 그 공덕, 그리고 도량을 세워 수행하는 법을 설합니다.
  • 제8권보살이 거치는 57위(位)의 수행 단계와 일곱 갈래 중생[七趣]이 생겨나는 원인과 모습을 설명합니다. 《화엄경》과 달리 사가행(四加行)을 넣고 신선을 중생의 한 갈래로 둔 점이 특색입니다.
  • 제9권말세의 수행자가 선정 중에 만날 수 있는 오십 가지 마(魔)의 경계를 그 원인과 함께 하나하나 밝혀, 바른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일깨웁니다.
  • 제10권오음의 근본을 마저 설하여 본론을 맺고, 이 경을 지니고 널리 펴는 공덕을 덧붙입니다.

능엄신주와 관음 수행

제7권의 대불정수능엄신주는 수행자를 온갖 장애에서 지켜 주는 주문으로, 지금도 여러 선원과 사찰에서 날마다 독송되고 있습니다. 대한불교밀인종 역시 이 신주와 천수대비주를 외우는 주력(呪力) 수행을 중요한 방편으로 삼습니다.

제7권은 아난에게 “마음을 거두어 삼마지에 들려면 먼저 네 가지 계율을 굳게 지녀야 한다”고 일러 주시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계(戒)로 몸과 마음을 맑히고, 그래도 남은 묵은 습기는 신주의 힘으로 녹이라는 가르침입니다. 계율과 선정, 그리고 진언이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대목입니다.

고려 1372년 판각 능엄경, 제6권 끝과 제7권 첫머리가 펼쳐진 모습
제6권 끝과 제7권 첫머리 · 고려 공민왕 21년(1372) 판각, 보물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진 출처: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www.heritage.go.kr), 공공누리 제1유형

제6권의 관음 이근원통은 《법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과 더불어 우리나라 관음신앙이 깊이 뿌리내리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능엄경》은 참선과 진언, 이치와 실천을 한 경 안에 아울러 ‘작은 화엄경’이라 불릴 만큼 넓고 깊은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전승

고려 — 선가에서 읽고 새기다

《능엄경》은 고려 시대부터 선가(禪家)를 중심으로 활발히 읽히고 연구되었습니다. 현재 전하는 가장 오래된 판본은 1235년(고려 고종 22) 이승광 등이 해인사에서 새긴 목판본입니다.

1372년(공민왕 21)에는 경기도 안성 청룡사에서 경판을 새겼는데, 책 끝에 대장군 김호와 영암군부인 최씨, 정순옹주 이씨 등이 시주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 경판으로 찍은 책은 조선 전기까지 거듭 인출되어, 검푸른 표지에 금색 글씨로 제목을 쓴 책 등 여러 본이 지금까지 전하고 있습니다.

1372년 안성 청룡사에서 간행한 능엄경 권6~10
안성 청룡사판 능엄경 권6~10 · 고려 공민왕 21년(1372), 보물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진 출처: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www.heritage.go.kr), 공공누리 제1유형

조선 초 — 억불의 시대에도 이어진 간행

유교를 나라의 근본으로 삼아 불교를 억누르던 조선 초에도 《능엄경》의 간행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1401년(태종 1)에는 태상왕 태조의 명으로 신총이 큰 글씨로 경문을 쓰고, 대덕 명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힘을 모아 목판을 새겼습니다. 책 끝에 권근이 지은 글이 실려 있어 그 경위를 알 수 있으며, 열 권 전체가 온전히 전하는 독자적인 판본이라는 점에서도 귀하게 여겨집니다.

1401년 태조의 명으로 간행한 능엄경, 권1의 서(序)
태조의 명으로 간행한 능엄경 권1의 서(序) · 조선 태종 1년(1401), 보물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진 출처: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www.heritage.go.kr), 공공누리 제1유형

이어 1433년(세종 15)에는 성달생이 직접 쓴 글씨로 간행하였고, 1443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화암사에서 다시 펴냈습니다. 1488년(성종 19)에는 명필 박경이 판하를 쓴 판본도 나왔습니다.

세조 — 우리말로 옮긴 《능엄경언해》

세조는 《능엄경》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직접 나섰습니다. 세조가 손수 한글 구결을 달고, 혜각존자 신미가 구두를 떼었으며, 한계희 · 김수온 등이 번역을 맡았습니다. 1461년(세조 7)에는 1455년에 주조한 금속활자 을해자와 함께 쓰도록 새로 만든 한글 활자로 먼저 찍어 냈는데, 지금 전하는 책에도 검은 먹과 붉은 먹으로 고친 자리가 남아 있어 한 자 한 자 바로잡던 정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1461년 을해자와 한글 활자로 찍은 능엄경언해 권9의 첫머리
능엄경언해 권9 · 을해자본(금속활자), 조선 세조 7년(1461) ·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사진 출처: 국립한글박물관 · e뮤지엄(www.emuseum.go.kr), 공공누리 제1유형

같은 해 불경을 한글로 풀어 펴내기 위해 세운 간경도감(刊經都監)은 활자본의 잘못을 바로잡아 이듬해인 1462년(세조 8) 목판으로 다시 간행하였습니다. 이것이 간경도감이 펴낸 첫 번째 언해 불경입니다. 경문과 풀이를 큰 글자 · 중간 글자 · 작은 글자로 나누어 쓰는 편찬 방식과 글씨체는 이후 간행된 여러 국역 불경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이때 찍은 열 권 열 책이 고스란히 남은 동국대학교 소장본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1462년 간경도감에서 목판으로 간행한 능엄경언해 권2의 첫머리
능엄경언해 권2 · 간경도감본(목판), 조선 세조 8년(1462) ·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사진 출처: 국립한글박물관 · e뮤지엄(www.emuseum.go.kr), 공공누리 제1유형

사진의 권2에는 「校正(교정)」과 「學悅(학열)」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어, 간경도감의 일에 참여한 학열 스님이 교정을 본 책으로 여겨집니다. 한자 경문 사이사이에 한글 토가 달려 있어, 오백여 년 전 우리 조상들이 이 경을 어떻게 소리 내어 읽었는지를 오늘에 전해 줍니다.

이어지는 전승

이 밖에도 고려 보환의 《능엄경신과》와 《수능엄경환해산보기》, 조선 유일과 의첨의 《능엄경사기》 등 우리 스님들의 주석서가 전하며, 해인사판 · 송광사판(1609) · 용장사판(1635) 경판이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근대에 들어 1922년에는 백용성 스님의 번역본이 간행되었습니다. 오늘날 전하는 여러 판본은 국보와 보물, 지방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소중히 보존되고 있습니다.